S E A S O N
SERIAL SHORT DIARY BOOK GUEST




  똑같은 일 분이어도 이상하게 아침의 일 분은 훨씬 빨랐다. 급하게 옷을 입고 부엌으로 나오자 오이카와가 싱크대 앞에 서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카게야마도 늦게 일어나는 편은 아니었지만, 대학 배구부에 속해있는 애인을 두어 똑같이 기상이 빨라졌다는 오이카와는 가끔 카게야마보다 먼저 일어났다.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났다. 혼자 오래 살았다던 남자는 요리에 은근 취미가 있었다. 입맛도 까다로워서 아무거나 주면 먹는 카게야마와는 달리 아무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찬장에 있는 많은 향신료 중 하나를 꺼내며 콧노래를 불렀다.


  오이카와가 밥을 하는 동안 카게야마는 식탁 위에 놓인 식빵을 꺼냈다. 어제 왜 늦게 들어왔는 지 말해줘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졸려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 오믈렛이 담긴 접시를 가져오던 오이카와는 식빵을 입에 문 카게야마를 보며 입을 벌렸다.


“밥 했는데 왜 빵을 먹고 있어!”

“그냥 잼 발라서 먹는 게 편해요.”

“너는 운동한다는 애가 왜 차려줘도 안 먹고 가. 내가 치과 의사지, 네 영양까지 챙겨주는 트레이너냐?”

“밥 먹고 가면 늦어요. 이제 갈래.”


  대체로 서로 나가는 시간이 맞지 않아 카게야마를 데려다 준 뒤, 출근을 하는 남자는 아침에 꼭 밥을 먹는 타입이었다. 오이카와는 우유 한 컵을 마시고 일어나는 카게야마를 보며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야, 빨리 계란후라이라도 먹고 가.”

“제 이름은 야, 가 아니에요.”

“그래. 계란후라이라도 먹고 가렴.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예쁘고 멋지고 잘생긴 토비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아침밥을 챙길 때마다 아들 키우는 기분을 깨달았다. 그래봤자 아들과 키스하는 아빠는 없겠지만. 토비오의 머리를 꾹 누르자 은은하게 샴푸 냄새가 났다. 오이카와는 힘없이 늘어진 카게야마의 목덜미와 어깨를 꾹꾹 눌렀다. 많이 피곤한건지 오늘따라 토비오의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진짜 학교 가기 싫다.”


  오늘 아침 운동도 없는데. 급하게 말을 덧붙인 카게야마가 동그랗게 눈을 뜨며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앞치마를 입은 오이카와는 다시 싱크대 앞으로 돌아가 한손에 뒤집개를 들고 있었다. 


“선생님.”


  여전히 배고픈 카게야마가 다시 식빵을 꺼내 한 입 베어 먹은 후, 나른한 목소리로 오이카와를 불렀다.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


“너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선생님이야.”

“의사 선생님 맞잖아요.”

“…….”

“학교 안 가는 토비오를 혼내주세요.”


  그 순간 카게야마의 한쪽 어깨에 걸쳐져 있던 가방이 뚝 떨어졌다. 오이카와는 다급히 가스불을 끄고 물끄러미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쟤가 어디 아픈가. 오이카와는 심각한 표정으로 카게야마 쪽으로 다가갔다. 토비오. 아프면 학교 안 가도 돼. 네가 이렇게 아픈지도 모르고 있었네. 미안하다. 


“너 뭐하냐.”

“왜 안 통하지.”


  평소엔 무슨 말만 하면 잡아 먹으려고 달려들면서 작정하고 말을 뱉으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김이 빠진 카게야마는 다시 마지막 남은 빵조각을 입에 넣고 가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각하겠네. 이게 다 아저씨 때문이다. 태워달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온 오이카와가 아무말 없이 그저 서 있었다.


“아저씨, 태워주면‥,”


  입을 벌리자마자 남자의 입술에 집어 삼켜졌다. 헉, 이게 뭐람. 입가에 묻었던 빵 부스러기를 살짝 핥은 남자가 잠시 입을 떼고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이상했다.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카게야마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자, 오이카와가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니트 벗어봐.”

“싫어요. 아저씨 눈이 너무 위험해요.”

“발칙한 새내기‥.”


  오이카와는 자신의 앞치마를 풀러내리고 금세 카게야마를 식탁 쪽으로 몰았다. 자, 니트 벗자. 옳지. 예쁘네. 아, 싫다구요. 혼내달라며. 금방 할게. 정전기! 응, 괜찮아, 괜찮아. 정전기 때문에 싫다니까 뭐가 괜찮다는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바지도 벗기기 쉽게 뭘 이런걸 입었어.”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서 바지를 쑥 내렸다. 어느새 니트는 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정전기가 일어나 까만 머리카락이 엉크러진 카게야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가슴 위로 손을 교차해서 올렸다. 


“진짜 싫어!”

“애기, 양말만 신고 해볼래? 여기 올라가보자.”


  치과 의사가 무슨 이렇게 힘이 세? 카게야마의 허리를 번쩍 들어 식탁 위로 올린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앞섶을 문질렀다. 


“왜 나만 다 벗고 해요?”

“그럼 너도 나 벗기던가.”

“벗길‥, 으학, 앙.”


  오이카와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속옷만 살짝 내린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주변에 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몸을 잔뜩 비틀면서 오이카와의 어깨를 잡았다. 진짜 괜히 말했다. 왜 그랬지. 후회를 해봤지만 이미 늦은 카게야마는 대신 발을 들어 오이카와의 앞쪽을 문질렀다. 발가락으로 꽉 움켜지자 남자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야하게 웃었다. 아저씨, 표정 진짜 야해.


“근데 콘돔이랑 젤 없는데!”

“괜찮아. 거기 내 지갑 좀.”


  아니, 지갑에 콘돔을 꼬박꼬박 넣고 다니시나보지? 뭔가 못된 마음이 들어 식탁 끝에 있는 남자의 지갑을 손으로 쳐냈다. 그러자 오이카와가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 왜 심술이야? 내가 저거 주워 오면 죽을 줄 알아. 죽긴 왜 죽어. 그 전에 도망칠거야! 


  조금만 더 하면 갈 것 같았는데. 입에서 뺀 카게야마의 페니스를 아쉽게 쳐다본 오이카와가 식탁 끝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김에 방에서 젤도 꺼내와야겠다. 오이카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카게야마는 서둘러 식탁 아래로 내려왔다. 아, 섰어. 짜증나. 미간을 찌푸리자 머릿속으로 환청이 들렸다. 너무 자주 찡그려서 너는 분명 이십대 안에 주름이 자글자글 생길거라며, 저주를 내리던 오이카와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흘려 들으며 카게야마는 곤란한듯이 서서 자신의 페니스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식탁 위는 아니었다. 조금 있었는데도 벌써 등이 베겼다. 


“가긴 어딜 가.”


  빨리도 왔네. 카게야마가 움직이기도 전에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어깨를 잡고 돌렸다. 그리고 곧 등이 눌리자 식탁에 엎드려있는 자세가 되었다. 오이카와는 짜증스럽게 몸을 비트는 카게야마의 엉덩이를 한대 쳤다. 카게야마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젤을 쭉 짜는 소리가 들려 신경이 거슬렸다. 


“혼날 항목 추가야.”

“짜증나.”

“어디서 버릇 없게 어른 지갑을 던져, 애기야?”

“재수 없어.”


  오이카와는 한손으로 카게야마의 엉덩이 골에 젤을 펴바르면서 남은 손으로 귀두 끝을 문질렀다. 그러자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오는 인형처럼 온갖 신음이 튀어나왔다. 오이카와는 살짝 웃었다. 귀여워. 뽀뽀해주고 싶다. 새내기. 


“뻑뻑할 것 같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화가 많이 났구나, 우리 애기.”


  왜 이렇게 태평해, 진짜? 평온한 표정으로 말하는 오이카와를 보며 카게야마는 발로 차버리고 싶은 감정을 누르고 끙끙거렸다. 아직 손가락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정신이 아득하다. 남자는 살짝 떨리는 카게야마의 척추뼈를 훑으며 내려오다 손가락을 하나 넣었다. 그러자 몸이 굳은 카게야마가 다리를 바르작 떨었다. 아파! 오이카와는 한숨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혼내줄건데요?”


  카게야마가 한 마디를 할 때마다 오이카와의 눈이 풀렸다. 대체 왜 그렇게 야한 말을 뱉는거야? 누구한테 배운건진 몰라도 잘 배웠네. 신음을 삼킨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랫배 아래가 뜨겁게 달궈지는 것 같아 참기가 힘들었다. 오이카와는 페니스 끝을 조금 넣으며 카게야마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쌀쌀한 아침 바람이 둘의 몸을 싸하게 훑고 지나갔다. 오이카와는 놓치지 않고 카게야마의 온몸을 집요하게 살폈다. 토비오의 얇은 입술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오고, 발가락이 활짝 벌어지는 찰나에 오이카와는 제 것을 집어 넣었다. 


“허억…, 아저씨‥, 천천‥, 읏,”


  힘이 빠져나가 자꾸 팔이 풀리는 카게야마가 울먹였다. 그러니까 왜 아침부터 도발을 하고 그래. 오이카와가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리를 냈다. 학교는 별로 빠져도 상관 없는데, 제가 처음이라는 새내기는 하는 짓이 꼭 귀여워서 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때. 갈 수 있겠어?”

“오후에 갈래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는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오이카와가 아까 벗었던 자신의 와이셔츠를 걸쳐주었다. 토비오랑 체격이 비슷해서 서로의 옷을 입어도 그럭저럭 맞는 편이었다. 


“아저씨는 출근 안 해도 돼요?”

“이따 너 태워다 주면서 나가지, 뭐.”

“그러다 잘릴거예요. 분명.”

“원장인데 누가 나를 잘라.”


  오이카와가 잔뜩 입꼬리를 올려 웃는 것을 보고 카게야마가 노려보았다. 얄미워. 카게야마는 식탁 위로 올라 앉으면서 다리를 흔들었다. 허벅지 안이 온통 끈적끈적했다. 오이카와는 흐트러진 옷가지들을 주워 치우다가도 손가락으로 카게야마의 가슴을 비틀었다. 


“간지러우니까 하지마요.”


  오이카와가 웃으면서 다용도실로 갔다. 그러자 나른나른 잠이 왔다. 꾸벅꾸벅 졸기라도 했나. 정신을 차리니 오이카와가 볼에 가볍게 입술을 부딪히고 있었다. 쪽쪽거리는 소리가 집안 가득 퍼져 부끄러웠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남자의 머리카락은 조금의 흐트러짐만 있을 뿐 멀쩡했다. 깔끔하고 번듯한 이마를 보며 왠지 모르게 심술이 났다. 


“다시 씻어야 돼요.”

“같이 씻을래?”

“정말 싫어.”

“아니면 나 씻을 동안 잘래? 이따 깨워줄게.”

“응. 침대로 데려다 줘요.”


  마지막 말을 흐리며 웅얼거리는 카게야마를 번쩍 안은 오이카와가 등을 토닥거렸다. 침대로 간다고 또 하면 안 돼요. 그건 생각 좀 해보고. 아씨, 그냥 학교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