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E A S O N
SERIAL SHORT DIARY BOOK GUEST




  여름이 무척 더운 해였다. 불과 작년이었지만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와 자신의 첫만남을 아득하게 떠올렸다. 재난 상황이라고 폭염 경보가 하루하루 쏟아지던 어느 날, 출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병원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온 오이카와는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남자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그 날은 공휴일이었지만 치과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조금 늦은 출근 시간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웃집 남자를 본 그 순간만큼은 전날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셔 피곤했던 몸이 한 순간에 긴장될 정도로 특이하고, 몇 초 간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강렬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인 지 한 층이 지나지도 못하고 문이 열린 뒤 들어온 남자는 자신보다 조금 낮은 키에 비슷한 눈높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마를 덮을 정도의 차분한 흑발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남자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아주 앳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단번에 흰 티에 운동복 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가 자신보다 어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랫집 남자는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오이카와는 남자의 새벽 하늘 같이 파란 눈동자를 보고 넋을 잠시 놓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똑같이 인사했다. 오이카와 토오루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공휴일이었던 오전 열 시, 아주 더웠던 그 날 오이카와는 출근하는 내내 남자를 떠올리는 동안에는 더위를 잊었다. 


  그 날 이후로 오이카와는 일찍 출근하는 날을 제외하고 아침 열 시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아무리 열 시에 엘리베이터를 타도 아랫집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엘리베이터가 어김 없이 19층을 그대로 지나치는 날이면, 머리가 망가지면 안되니 벽에 머리를 차마 박지는 못하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왜 이 시간에 안 나와요? 차마 아랫집으로 가서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남자를 아주 우연히 다시 보게 된 것은 출장에 가기 위해 아주 이른 시간부터 엘리베이터에 탄 날이었다. 오이카와는 생각치도 못하고 19층에 멈춘 엘리베이터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곧 몇 주 전처럼, 조금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인사를 하며 1층 버튼에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다시 문쪽을 바라보았다. 오이카와는 뒤늦게 인사를 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랫집 남자를 슬쩍슬쩍 보았다. 


  이번엔 아예 운동복으로 차려 입은 상태였다. 아하, 아랫집 남자는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군. 그 날은 공휴일이라는 변수가 있었고, 남자의 평소 스케줄은 아침 6시였다. 이럴수가. 이건 너무 이른 시간인데. 서른 살이 넘어도 자기 관리를 하기 위해 저녁이면 헬스장에 들러 꼭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오이카와 토오루도 운동이라면 자신있는 분야였지만, 아침 운동은 전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생들은 아주 이른 아침이 활동 시간은 아닐텐데. 굉장히 부지런한가 보다. 오이카와는 아랫집 남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오이카와는 그 날 이후로 평일엔 6시에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 출근 시간이 8시인 오이카와에겐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남자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최대한 6시에 출근을 했지만, 때때로 정말 피곤한 날에는 평소대로 출근을 해버리기도 했다. 병원에 일찍 오는 날이면, 대체 원장님이 왜 이렇게 일찍 오는지 모르겠다며 간호사들은 불만어린 말을 내뱉기도 했다. 이제부터 아침형 인간이 되려구요. 오이카와는 복잡한 사정을 간단히 일축했고, 6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다가도 종종 아랫집 남자는 6시에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그건 매주 월요일이나 불규칙하게 다른 요일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오이카와는 남자가 자신처럼 늦잠을 자는 일도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매우 큰 착각이었다. 


  평소와 같은 화요일, 오늘도 아랫집 남자는 운동복에 크로스백을 매고 있었다. 가볍게 운동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운동하는 직업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아랫집 남자는 늘 그렇듯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오이카와도 남자를 향해 인사를 했다. 아랫집 남자의 목소리는 맑고 낮았다. 


  그래도 몇 번 인사도 한 사이인데, 아무 말도 없다니. 할 줄 아는 말이 안녕하세요, 밖에 없나보다. 오이카와는 이제 슬슬 인사를 제외한 다른 말을 하고 싶었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거침 없이 먼저 연락하는 자신이 이렇게 머뭇거리다니, 어지간히도 조심스러운 관계였다. 




* * *




  며칠 전부터 남자는 아침 6시에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오이카와는 이틀이 지나자 슬슬 걱정을 했다. 그리고 생수가 떨어져 출근하기 전에 잠깐 편의점에 가려고 하던 아침 7시에 오이카와는 우연히 아랫집 남자를 만났다. 


  현대 사회에 이웃 사촌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이인데 사촌이라니. 오래 살지 못하고 몇 년 뒤면 이사를 빈번하게 다니는 도심 속 사람들은 특히 더 그랬다. 옆집 사람 얼굴도 잘 생각이 안 나는데, 하물며 아랫집 사람에 대해 알 턱은 더더욱 없었다. 


“안녕하세요.”

“…고, 고등학생이에요?”


  말을 더듬는 실수까지 하며, 오이카와는 고개를 돌려 남자가 아닌 소년을 쳐다보았다. 소년은 제 몸과 딱 맞는 까만 가쿠란을 입고 있었다. 바지 밑단이 조금 남아 운동화가 툭 튀어 나온 소년을 보고 오이카와는 눈을 깜빡거렸다. 소년은 왜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이상한 눈으로 오이카와를 쳐다 보았다. 1층에 도착하기까지는 별로 시간이 없었다. 오이카와는 최대한 이상하지 않은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너무 오래 되어서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학교에 가는 걸 뭐라고 하더라. 출근 말고 대체 뭐지. 그래, 등교. 오이카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어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원래 이 시간에 등교 해요?”

“아니요. 오늘은 아침 연습이 없어요.”


  그 말을 하고 엘리베이터는 곧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소년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현관 쪽을 향해 걸었다. 오이카와는 소년이 내리고 나갈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아무리 앳되어 보여도 스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고등학생이라니. 자신이 몇 주째 좋아한 남자가 고딩이라니. 


  내가 지금까지 고등학생을 좋아했다고? 이제 잡혀가면 어떡하지?


  엘리베이터는 오이카와가 내리기도 전에 다시 문이 닫혔다. 오이카와는 그 날, 한 숨도 자지 못하고 금요일 밤을 그대로 보냈다. 내일이 병원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이라 다행이었다. 치과는 토요일에도 바쁘지만, 오이카와는 토요일에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원장이었다. 


  이대로 마음을 접어야 할까 싶어서 전날 밤 몇 잔 걸친 탓에 쓰린 속을 붙잡고 아침에 일어나 소파에 늘어져 있을 때, 그래도 소년이 보고 싶었다. 고딩이면 대체 몇 살이 차이가 나는거야. 오이카와는 잘 계산이 되지 않았다. 생년월일의 가장 첫자리도 저와 차이가 나겠지. 오이카와는 착잡한 마음에 창문을 바라보았다. 습관처럼 또 해가 뜨기도 전에 일찍 일어나버렸다. 




* * *




  토요일 아침부터 베이커리에 들러 오이카와는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케이크를 준비했다. 이사를 온 집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물론 오이카와는 이 곳으로 이사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그런 것은 아무 것도 상관 없었다. 우연히 열린 집으로 소년 얼굴을 보면 더 좋았고, 아니어도 좋았다. 


  엘리베이터를 누를 것도 없이 오이카와는 걸어서 딱 한 층을 내려갔다. 


  몇 분 간 고민을 하다 초인종을 누르자 인터폰으로 누구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윗 집 사람입니다. 그 말에 곧 문이 열리고 중년의 여성이 나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윗 집에 이사온 사람입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멀리서 까만 머리통이 보였다. 소년은 편한 차림을 하고 뭐라도 먹는 건지 볼이 다람쥐처럼 튀어 나와 있었다.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 얼굴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보였다. 우물거리며 자신과 눈이 마주친 소년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복도를 걸어 다른 방으로 걸어갔다. 순간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오이카와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케이크를 건넸다. 


“어머, 뭐 이런 걸 가지고 오셨어요. 안 그래도 되는데. 저희는 위에 누가 이사온 지도 몰랐어요.”

“제가 좀 늦게 돌렸죠.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나저나 여긴 다 가족들이 사는데 청년이 이사온 건 처음이네. 혼자 살아요?”

“네…어머님.”


  망했다. 저도 모르게 어머님이라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어머님이 소년과 무척 빼닮으신 바람에. 오이카와는 곤란한 표정을 티가 나지 않게 숨기며 순간적으로 센스를 발휘했다. 그것도 누구라도 그 말을 듣는 사람이라면 혹 할 제안을 하며. 


“…C동에서 치과하고 있어요. 혹시라도 오시면 이웃 DC라도 해드릴게요. 하하하하.”


  오이카와는 조금 복도가 울릴 정도로 호탕하게 웃었다. 순간적으로 어머님의 표정이 밝아진 것을 놓치지 않은 오이카와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드님이 고등학생인가봐요. 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인사성이 너무 좋더라구요. 검진이라도 꼭 받으러 오세요. 제가 무료로 해드릴게요.”

“아이참‥나나 애 아빠나 어른인데 충치가 있나요. 한창 크는 애가 문제지. 혹시라도 치과 갈 일 있으면 토비오한테 꼭 가라고 말할게요. 고마워요.”


  오이카와는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당부했다. 네, 꼭 오세요. 교정도 해드릴 수 있어요. 어머, 선생님도 참! 어느새 친화력이 좋은 오이카와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붙이며 카게야마의 어머니는 윗 집 남자가 정말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오이카와는 진심이었다. 


  카게야마의 어머니는 훤칠한 윗 집 청년인 오이카와가 마음에 들었는지 안으로 들어와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는 제안을 했지만, 아직 거기까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오이카와는 정중하게 거절하며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소년의 이름이 토비오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토비오. 이름이 토비오구나. 정말 귀엽다. 왜 귀여운 지는 모르겠지만 귀여웠다. 그리고 어머님이랑 쏙 빼닮았구나. 어쩐지 케이크를 돌리러 갔다가 더 죄책감이 들어버렸지만,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후회는 없었다. 




* * *




  카게야마의 어머님은 그 날 저녁, 거실에 잠깐 나온 토비오를 붙잡으며 말했다. 토비오, 아침마다 윗 집 청년 만난다며. 글쎄, 그 분이 네가 인사성이 너무 바르다고 칭찬하더라. 엄마 뿌듯한 거 있지? 잘했어, 아들. 아, 그리고 치과 하신다고 나중에 꼭 그 분이 하시는 치과로 오라고 하시더라. 그러고 보니 치과 갈 때 되지 않았니? 


  엄마가 말하는 윗 집 청년이라면, 그 남자인가. 카게야마는 언젠가부터 제가 아침 운동할 때와 비슷하게 나타나는 남자를 떠올렸다. 나타나는 시간이 어찌나 정확한 지 늘 엘리베이터는 20층에 한 번 멈춘 뒤 내려왔다. 분명 그 이른 새벽부터 나오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래서 직업이 뭘까 아주 잠깐 궁금한 적도 있었다. 체격이 좋길래 저와 비슷하게 운동이라도 하는걸까 추측해봐도 깔끔한 와이셔츠 차림이라서 도통 모르겠더니. 치과 의사였나 보다. 그런데 치과 의사가 그렇게 일찍 출근할 필요가 있나? 거기까지 생각한 후 카게야마는 더 이상 길게 생각하는 것을 관두었다. 카게야마는 타인에게 그런 깊은 관심도 없을 뿐더러 무척 단순했기 때문이다. 


  카게야마는 복숭아를 포크로 찍어 먹으며 계속해서 이어지는 엄마의 말을 들었다. 윗 집 청년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문 열었다가 깜짝 놀랐어. 요즘 세상에 이사 했다고 케이크를 돌리는 거 있지? 어쩜, 센스도 있는 것 같아. 젊은 사람이라 그런가. 엄마가 칭찬을 늘어 놓는 동안 카게야마는 그냥 엄마가 그 남자가 마음에 들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가 생각해도 남자는 확실히 잘생긴 구석이 있었다. 




* * *




  토비오를 만나려면 일찍 자야했다. 대체 요즘 고딩들은 얼마나 바쁘게 사는 것인지, 학교 다닐 때도 6시에 나가본 적이 없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다 말린 오이카와는 눈을 감았다. 


  다음 날에도 똑같은 시간에 엘리베이터가 19층에 멈췄다. 소년은 웬일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면서 오이카와와 눈을 마주쳤다.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카게야마의 눈빛에 흠칫거리며 오이카와는 똑같이 눈을 맞췄다. 동그란 머리통으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이제는 설레고 두근거리는 것보다 아침마다 소년, 정확히는 토비오를 보는게 일상이 된 오이카와는 아주 작게 미소를 지었다. 


  카게야마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이카와의 키는 꽤 큰 편이었다. 자신도 고등학생 치고는 큰 키였는데, 남자의 키는 185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제가 닫힘 버튼을 누르려다 손이 겹치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오이카와를 보면서 카게야마는 입을 열었다. 


“케이크 주신 거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아침마다 소년을 만났지만 이렇게 길게 말한 적은 처음이다. 오이카와는 굉장히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스쳤던 손가락을 말아쥐며, 다시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또 부담 없이 소년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소년의 이름이 토비오라는 걸 알고 있지만, 소년은 저를 모르니 함부로 친한 척을 해서도 안 되었다. 서른 해 넘게 살았지만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학교까지 태워다 줄까요?”


  아침이라 목이 잠긴 탓인지 남자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아주 나긋나긋했다. 카게야마는 점점 숫자가 작아지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오이카와는 자신이 아주 허둥지둥 말했다고 생각했다.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데려다 주겠냐고 물어봐, 바보 오이카와. 분명 무례하다고 생각할거야. 유괴범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카게야마는 분명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하지만 오이카와가 착잡해진 사이, 카게야마는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어 대답했다. 곧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아니요. 학교까지 걸어가는 것도 운동이라서요.”


  그렇구나. 토비오쨩은 정말 성실하네. 어느새 저도 모르게 사람에게 호칭을 붙여주는 습관이 나온 오이카와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소년을 향해 웃어 보였다. 치과에 온 환자를 대하는 것처럼 아주 친절하게.


“잘 다녀와요. 좋은 하루 보내고.”

“아, 네.”


  뭣도 모르고 윗 층 남자에게 덕담을 들은 카게야마는 아직까지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숙여 꾸벅 인사를 하며 곧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참 친절한 사람이었다. 일 년 전의 카게야마는 그렇게 조심스럽고 상냥한 사람이 사실은 굉장히 안하무인이고 제멋대로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것은 그 후로 남자와의 관계가 이어지는데 굉장히 다행스러운 사실이었다.  


  토비오가 사라지고, 오이카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는 깜빡하고 1층에 주차하지 못했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야지. 오이카와는 이제 한 달 째, 최대 다섯시간에서 회식이 있는 날엔 약 네 시간 정도 자는 생활이 매우 피곤하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